멀리 떨어진 두 함정이 무선으로 전술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송신 장비는 정상이고 암호 설정에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 함정이 보내는 정보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무선 신호가 약해졌을 수도 있지만, 주변의 다른 전파가 수신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선 글에서는 변조·오류정정·암호화가 맡는 역할을 구분했다. 신호에서 데이터를 복원하고 내용을 보호하는 기술이 잘 작동하더라도, 통신에 필요한 전파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면 정보 전달은 어려워진다. 군 통신에서는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는 전파 방해가 통신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견디기 위해 발전한 항재밍(Anti-Jamming) 기술을 살펴본다. 주파수 도약과 확산 스펙트럼의 일반적인 원리를 중심으로 설명하며, 특정 군 통신망의 실제 운용 설정이나 전파 방해 대응 절차는 다루지 않는다.
항재밍 기술은 간섭이나 의도적인 전파 방해가 있는 환경에서도 통신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다. 주파수 도약과 확산 스펙트럼은 대표적인 접근이지만 모든 방해를 막지는 못한다. 암호화가 정보의 내용을 보호한다면, 항재밍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같은 주파수에 다른 신호가 들어오면 무슨 일이 생길까?
무선통신은 전자기파를 이용한다. 송신기가 정보를 담은 신호를 보내면 수신기는 주변에서 들어오는 여러 신호와 잡음 가운데 필요한 신호를 검출하고 복원한다.
현실의 전파 환경은 조용하지 않다. 다른 통신 장비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거나, 장비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전자기적 방출이 수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형과 건물, 해수면의 반사로 인해 여러 경로로 도착한 신호가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모두 재밍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간섭은 의도하지 않은 전파 중첩이나 장비·환경의 영향으로도 발생한다. 반면 재밍(Jamming)은 상대의 전자기적 활동을 방해하거나 효과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를 가진 전자전 활동을 가리킨다.
수신기 입장에서 두 현상은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호 품질이 저하되고, 오류가 늘어나며, 심한 경우에는 필요한 데이터를 복원하지 못한다. 그러나 간섭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전파를 방해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주파수 하나만 계속 사용해야 할까?
초기의 무선통신과 오늘날의 통신기술을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사용할 주파수를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이다.
하나의 주파수 부근에서 계속 통신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자. 그 주파수 대역에 강한 간섭이 발생하면 수신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여러 주파수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바꾸어 사용하는 통신은 특정 주파수에서 발생한 간섭의 영향을 다른 구간으로까지 그대로 이어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발상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방식이 주파수 도약 확산 스펙트럼(Frequency-Hopping Spread Spectrum, FHSS)이다.
FHSS에서는 송신기와 수신기가 약속한 규칙에 따라 사용 주파수를 바꾼다. 수신기는 해당 규칙과 시간 기준을 맞추어 필요한 신호를 따라간다. 하나의 통신이 전체 시간 동안 한 주파수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음악 방송을 듣는 라디오를 떠올릴 수 있다. 특정 채널에서 잡음이 발생한다고 해서 모든 채널이 같은 정도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실제 FHSS는 사람이 그때그때 깨끗한 채널을 찾아 돌리는 방식이 아니다. 통신 양쪽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주파수를 전환하고 동기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주파수 도약 자체는 오래전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전자회로와 디지털 신호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정교한 구현이 가능해졌다. 통신 장비는 정보를 신호로 변환하는 기능뿐 아니라 사용할 주파수와 시간 기준을 맞추는 기능도 함께 갖추게 되었다.
주파수 도약을 하면 전파 방해를 완전히 피할 수 있을까?
주파수를 바꾼다는 사실만으로 방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넓은 주파수 범위 전체에 강한 간섭이 존재하면 여러 주파수를 옮겨 다니더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송수신 장비의 시간 기준이 맞지 않거나 주파수 전환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도 통신이 어려워진다.
주파수 도약은 특정한 간섭 조건에서 통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사용하는 주파수 범위와 신호 특성, 수신 환경, 장비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주파수 도약을 지원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통신 장비의 항재밍 성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개념이 있다. 주파수 도약은 송수신기가 이용할 주파수를 바꾸는 방식이며, 오류정정은 수신된 데이터에서 생긴 오류를 일정 범위까지 복구하는 기술이다.
전파 간섭으로 일부 데이터가 손상되더라도 오류정정 능력 안에 있다면 정보를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신호 자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류정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 기술은 서로 다른 단계에서 통신의 신뢰성을 높인다.

확산 스펙트럼은 주파수를 바꾸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주파수 도약을 이해했다면 확산 스펙트럼이라는 더 넓은 개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확산 스펙트럼(Spread Spectrum)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대역폭보다 넓은 주파수 영역에 신호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통신 기술의 한 종류다. 정해진 신호처리 규칙을 이용해 정보를 전송하고 수신 측에서 이를 복원한다.
대표적인 방식에는 주파수 도약 확산 스펙트럼(FHSS)과 직접 시퀀스 확산 스펙트럼(DSSS)이 있다.
FHSS가 시간에 따라 사용하는 주파수를 바꾼다면, DSSS는 확산 코드를 이용해 신호를 더 넓은 대역에 퍼뜨린다. 수신기는 대응되는 코드로 필요한 신호를 처리한다. 두 방식 모두 간섭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작동 원리와 성능 특성은 다르다.
확산 스펙트럼은 무조건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도 아니다. 통신 자원과 신호처리 방식을 어떻게 사용해 간섭 저항성, 공유 능력, 신뢰성을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설계 문제다.
암호화와 항재밍은 왜 함께 필요할까?
무선통신을 보호하는 기술에는 서로 다른 목표가 있다.
암호화는 권한 없는 사람이 정보의 내용을 읽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반면 항재밍은 전파 방해가 존재하더라도 필요한 통신을 지속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강력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메시지라도 통신 경로가 끊어지면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간섭을 잘 견디는 무선통신이라도 내용 보호가 부실하면 정보의 기밀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신호가 수신된다는 것, 데이터가 오류 없이 복원된다는 것, 메시지의 기밀성과 무결성이 보호된다는 것, 필요한 시간에 상대에게 정보가 도착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성능 요구다.
| 기술 | 주요 목적 | 해당 기술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
|---|---|---|
| 암호화 | 정보 내용의 기밀성 보호 | 전파 방해와 통신 경로 단절 |
| 오류정정 | 전송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오류 복구 | 복구 능력을 초과하는 신호 손상 |
| 항재밍 | 전파 방해 환경에서 통신 성능 유지 지원 | 모든 방해 차단과 정보 기밀성 보장 |
| 통신 경로 이중화 | 한 경로의 장애에 대비한 대체 연결 확보 | 여러 경로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장애 |
군 정보체계가 전술정보를 공유할 때에는 이 기술들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한 기능의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다른 기능의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전술데이터링크에서도 통신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Link 11·16·22는 각기 다른 기술적 특징과 운용 목적을 갖는다. 그중 Link 16은 시간분할다중접속(TDMA)과 주파수 도약 등을 활용하는 전술데이터링크로 알려져 있다.
TDMA가 여러 참여자의 전송 차례를 관리하는 기술이라면, 주파수 도약은 전송 과정에서 사용할 주파수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어느 쪽도 그 자체로 메시지 내용의 암호화를 뜻하지 않는다.
미국의 MIL-STD-6016과 NATO의 STANAG 5516은 Link 16의 전술데이터 교환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표준이다. 공개된 설명에서도 메시지 형식과 통신 절차, 전파를 사용하는 방식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Link 16에 적용된 기술을 모든 군 통신 장비가 동일하게 사용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군별·체계별로 통신거리, 전송할 정보의 종류, 플랫폼 특성, 전파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통신 방식이 필요하다.
정보체계의 관점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통신이 잠시 끊어졌다가 복구되었을 때 그동안 전달되지 못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연결이 회복되어도 정보가 이미 오래되었다면
설명을 위해 두 함정이 이동하는 항공기의 위치 정보를 교환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함정 A는 항공기의 위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지만, 함정 B와의 무선 연결이 잠시 중단되었다.
이후 통신이 회복되어 이전에 전달하지 못한 위치 정보가 도착했다고 하자. B의 정보체계는 이를 무조건 최신 정보로 표시해서는 곤란하다. 그 사이 항공기가 이동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치 정보가 언제 관측되었는지, 어느 시점에 전송되었는지, 수신 시점에는 얼마나 오래된 자료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정보를 중복으로 받았는지, 이후에 생성된 다른 보고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전파 방해에 견디는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정보체계의 문제다. 통신의 지속성과 정보의 최신성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성질은 아니다.
군 지휘통제체계가 다양한 센서와 플랫폼의 정보를 공유할 때, 통신 복구 이후에 데이터의 시각과 유효성을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결 상태만 정상이라고 해서 화면에 표시된 모든 정보가 현재 상황을 정확히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NATO가 통신망의 회복탄력성을 강조하는 이유
전자기 스펙트럼은 통신뿐 아니라 레이더, 항법, 감시와 같은 군사 활동에도 널리 활용된다. NATO는 전자기전을 전자기 에너지를 활용해 상황인식을 확보하고 공격·방어 효과를 만들어내는 군사 활동으로 설명한다.
전파 방해는 해상이나 지상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항공기와 위성의 통신·항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현대 군사 통신망의 성능을 평가할 때에는 정상적인 환경에서의 전송 속도만큼이나 통신이 악화된 환경에서 어떤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NATO는 2026년 디지털 전환 관련 활동에서도 통신이 거부되거나 품질이 저하되고, 간헐적으로만 연결되거나 가용 자원이 제한되는 환경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DDIL(Denied, Degraded, Intermittent, Limited)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 관점에서는 모든 통신을 언제나 최고 속도로 유지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한 통신 경로를 사용할 수 없을 때 다른 연결 수단을 활용하고, 제한된 자원 속에서 필요한 정보가 계속 전달되도록 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물론 통신 경로를 여러 개 마련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경로가 동일한 기반시설이나 전파 환경에 의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은 장비 수량만이 아니라 통신망의 구조와 복구 능력, 정보체계의 처리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군 정보통신체계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전송 속도와 통신거리, 암호화 수준을 먼저 살핀다. 하지만 실제 정보체계의 가치는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빠른 통신으로 전달된 오래된 정보보다, 제한된 통신 환경에서도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항재밍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정보의 신뢰성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통신 장비와 정보체계가 서로 어떤 역할을 맡는지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주파수 도약과 확산 스펙트럼은 전파 방해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해 온 통신 기술이다. 그러나 어떤 무선 기술도 모든 간섭 상황에서 성공적인 통신을 보장하지 않는다. 암호화가 내용의 보호를, 항재밍이 전파 방해에 대한 저항성을 담당한다면, 통신망은 장애가 발생한 뒤에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통신 경로가 끊어지거나 불안정해졌을 때 연결을 유지하고 복구하는 방법을 살펴보려 한다. 여러 경로를 갖춘 통신망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전술정보를 다루는 체계가 연결 단절과 복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이어서 설명한다.
앞선 글에서는 변조와 오류정정, 암호화가 군 통신에서 맡는 역할을 구분했다. 전파 방해 대응 기술과 비교하면 무선통신의 구조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변조와 암호화는 무엇이 다를까? 군 통신의 신호·오류·보안 이해하기
무선 장비가 신호를 받았는데 화면에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신호가 약해서 데이터를 복원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복원한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되었을 수도 있다. 보호된 메시지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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