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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기술

상황도는 위험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최종 결심은 누가 내릴까?|COP과 AI 지휘결심지원

by 전쟁과 기술 2026. 10. 23.

공통작전상황도에 경고 세 개가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자. 한 구역에서는 미확인 항적이 움직이고, 다른 곳에서는 통신이 끊겼으며, 멀리 떨어진 부대에서는 지원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모두 신경 쓰이는 변화다. 그런데 화면이 경고의 심각도를 알려주더라도 지휘관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앞선 글에서는 상황도에 경고가 많아질수록 이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살펴보았다. 경보를 읽는 일과 결심을 내리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간격이 있다. 경고에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살피고, 선택했을 때의 결과와 제약을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 정보체계가 AI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 구간과 관련된다. 기계가 사람보다 빨리 정렬하고 찾아낼 수 있는 자료가 늘어난 만큼, 운용자가 판단에 사용할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가 달라졌다. 이 글에서는 공통작전상황도(COP)와 AI 지휘결심지원의 관계를 실제 공개 자료와 설명용 가상 사례로 구분해 살펴본다.

한줄 요약

COP은 상황을 함께 이해하는 토대를 제공하고, AI는 복잡한 자료의 분석과 대안 검토를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분석 결과가 곧 작전 명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한계, 임무의 맥락, 지휘 책임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빨간 경보를 확인한 뒤에도 질문은 남는다

상황도는 지휘관이 알아야 할 변화를 시각적으로 압축한다. 그러나 같은 빨간 표시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장비 고장의 징후일 수도, 한동안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임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화면에서는 비슷한 경고로 보이지만 그다음 확인해야 할 근거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미확인 항적이 있다고 해서 그 대상을 곧바로 적성 세력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가장 최근 관측 시각, 위치의 불확실성, 다른 보고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부대의 임무, 주변 민간 활동, 사용할 수 있는 감시 자원까지 겹친다. 이런 변수는 하나의 우선순위 숫자로 대체하기 어렵다.

AI가 먼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흩어진 근거를 모으는 작업이다. 사용자가 관련 보고서를 수십 개 열어 확인하는 대신, 어떤 사건과 어떤 자료가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아 보여줄 수 있다. 다른 시스템의 정보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감추지 않고 함께 드러내는 편이 낫다. 알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확정하면 분석이 빨라 보여도 판단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여러 경보가 표시된 가상의 공통작전상황도를 지휘관과 참모가 검토하는 지휘소 개념 장면

정보를 모으는 능력과 대안을 평가하는 능력은 다르다

사람들이 AI 지휘결심지원을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기능을 한데 묶는 경우가 있다. 화면에 들어오는 보고를 정리하는 기능, 패턴을 찾아 이상을 탐지하는 기능,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기능, 여러 대응안을 비교하는 기능은 필요한 자료와 검증 방법이 다르다. 한 기능의 성능이 좋다고 나머지 기능까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단계는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보고서의 시간과 출처를 연결하거나 중복 보고를 찾아내는 작업이 포함된다. 그다음에는 특정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예측에는 통계적 가정과 오차가 따른다. 마지막으로 선택지의 장단점을 정리할 수 있지만, 어느 선택지가 가장 적절한지는 판단 기준 자체에 영향을 받는다.

아래는 특정 국가나 체계의 내부 구조가 아니라, 이런 기능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적 구분이다.

AI 지휘결심지원에서 구별해야 할 작업

작업 가능한 지원 확인할 한계
자료 정리 관련 보고 연결·중복 탐색 원본 누락·서로 다른 의미
이상 탐지 평소와 다른 패턴 표시 오탐·미탐·환경 변화
상태 예측 조건에 따른 가능 경로 제시 가정·시간 경과·불확실성
대안 검토 선택지와 제약사항 비교 목표 설정·법적 판단·책임

정리된 자료에 틀린 출처가 섞이면 이후 분석도 영향을 받는다. 화려한 예측 화면보다 원자료의 수집 시각과 수정 이력을 확인하는 기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부대 사이에서 자료를 재전송하거나 공유할 때는 ‘최신 자료’라는 표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늦게 도착한 보고가 앞선 판단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NATO가 도입한 Maven은 어떤 변화를 보여주는가

2025년 4월 NATO 통신정보청(NCIA)은 Palantir와의 계약을 통해 Maven Smart System NATO(MSS NATO)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2025년 3월 25일 계약 체결을 명시하며, 해당 시스템이 정보 융합과 표적 관련 분석, 전장 상황인식, 계획 및 결심 속도 개선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발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히 ‘AI가 군에서 쓰인다’는 사실이 아니다. NATO가 다양한 AI 응용을 공통의 데이터 기반 능력과 연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기존 상황도에서 사람이 여러 출처를 찾아 맥락을 맞춰야 했다면, 데이터 융합과 분석 도구는 그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발표된 활용 목적만으로 실제 모든 부대에서 어떤 기능이 어느 정도 자동화되었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NATO는 같은 해 발표한 데이터 전략과 데이터 품질 프레임워크에서 데이터의 표준화·공유뿐 아니라 출처와 변환 이력을 중요하게 다뤘다. 특히 데이터 출처(provenance)는 정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계보(lineage)는 어떤 처리와 이동을 거쳤는지를 설명한다. AI가 결과를 제시하더라도 그 결과를 만든 자료를 되짚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계 원칙을 뒷받침한다.

센서와 보고 자료가 공통작전상황도에 모이고 AI 분석을 거쳐 인간의 검토로 이어지는 개념도

우크라이나 DELTA는 지도에서 정보 생태계로 확장되었다

우크라이나의 DELTA도 공개적으로 살펴볼 만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25년 8월 DELTA를 방위군 전 계층에 도입하도록 하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DELTA를 실시간 상황인식, 작전 계획, 부대와 협력 상대 간 정보 공유에 쓰이는 디지털 생태계로 설명했다. 여기에는 AI 기반 장비 탐지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발표도 포함되어 있다.

2026년 4월 NATO의 공개 우크라이나 관련 자료는 DELTA가 처음에는 상황인식을 위한 디지털 지도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소프트웨어가 연결되는 생태계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정보가 표시되는 지도 자체보다 여러 도구가 정보를 생산하고 사용하도록 연결하는 기반이 더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발표한 운용 성과 수치를 독립적으로 검증한 사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특정 기능이 공개 자료에 등장한다는 것과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성과를 낸다는 것도 서로 다른 주장이다. DELTA와 NATO Maven을 하나의 동일한 시스템처럼 취급해서도 곤란하다. 개발 배경과 적용 조직, 공개된 기능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AI가 제시한 답에 이유가 없다면 오히려 확인이 늘어난다

가상의 지휘소에서 AI가 ‘두 번째 선택지를 먼저 검토하라’고 추천했다고 하자.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참모는 다시 원자료를 찾아야 한다. 분석이 한 번에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검증 비용이 뒤로 미뤄진 셈이다. 추천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정보가 부족한지, 데이터가 바뀌면 결론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드러나야 한다.

미 육군 연구소(DEVCOM Army Research Laboratory)는 2025년 공개 보고서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계획할 때 AI의 투명성이 수행 성과와 신뢰, 상황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추천 결과의 정확성을 넘어 사람이 그 결과를 적절히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조건 AI를 믿거나 무조건 배제하는 방식 모두 실무에 맞지 않는다.

대안 검토의 품질은 입력한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동 시간을 줄이는 안이 더 좋은지, 안전 여유를 늘리는 안이 더 좋은지는 상황과 지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AI가 우수한 계산 능력을 제공하더라도 임무의 우선순위와 정당한 권한을 스스로 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민간인 보호, 무력 사용에 관한 법적 의무와 책임은 단순 점수 계산으로 환원할 수 없다.

AI 분석 결과와 자료 출처를 검토하면서 최종 결심을 논의하는 가상 지휘관과 참모의 모습

결심지원체계를 평가할 때 화면 외에 보아야 하는 것

C4I 사업을 검토하는 관점에서는 AI 모델의 정답률 하나로 지휘결심지원의 성능을 설명하기 어렵다. 첫째, 자료가 끊기거나 늦게 들어올 때 추천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야 한다. 둘째, 잘못된 보고나 상충하는 보고가 발견되면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셋째, 사용자가 추천 결과와 원자료를 구분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설명용 시험 환경에서는 정상 자료뿐 아니라 오래된 관측, 중복 보고, 일부 누락된 데이터도 넣어볼 수 있다. AI가 같은 답을 유지한다면 그 이유가 타당한지 확인해야 하고, 답이 바뀐다면 무엇 때문에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시험할 항목은 모델의 판단 정확도만이 아니라 불확실성 표현, 경고의 전달, 사람의 검토와 정정 가능성까지 포함된다.

또 하나는 실제 운용자의 시간이다. 알림을 줄인다고 하면서 상세 자료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화면을 열어야 한다면 업무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반대로 원자료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면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도 판단에 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여지가 있다. 프로그램과 조직의 업무 절차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짧은 생각

국방 정보체계를 바라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장면은 화면이 사람을 지나치게 안심시키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도 위에 정돈된 기호가 있고 AI가 우선순위를 제시하면 불확실성까지 정리되었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잘 만든 체계는 답만 보기 좋게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답을 어느 정도 믿어도 되는지, 무엇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지까지 사용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군의 참모들은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야 하는데 과연 군 지휘관은 무엇을 가지고 지휘를 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해진다.

공통작전상황도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묻는다. 경보 체계는 그 가운데 어떤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돕는다. AI 지휘결심지원은 가능한 설명과 선택지를 검토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세 단계가 이어져도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책임으로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 다음에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얻은 서로 다른 자료를 통합할 때 생기는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공개 자료 확인: 2026-10-23. 가상 사례와 시험 관점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설명이며 실제 군 작전 절차를 의미하지 않는다.